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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토토가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 장면을 다 알지 싶다.

 

제주도에 사는 효리를 만나러 간 재석.

재석과 노래하다가 흥 폭발한 효리의 강력한 한 마디!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이 장면이 생각나서 유튜브에서 검색했다.

이효리 무한도전 서

까지 썼는데, 서울가고싶어가 딱 있더라. ㅋ~

이 장면이 인상적인 게 나만이 아니었어~~

 

https://youtu.be/nKKcrTEsQ6Y

 

 

이십 대에 향수 모으는 게 취미였다.

중고딩 시절 해외출장 가시는 아부지한테 미니어처 향수세트를 받았을 때,

반했었다.

그 후로 미니어처 향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향수 뿌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코가 예민하다)

기분에 따라 즐기는 쪽이었다.

 

하지만, 

둘째의 아토피는 취미도 바꾸었다.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 모으던 향수세트는 친정에 두었다.

농촌지역으로 이사 오고,

흙집 짓고 살면서,

모든 향은 배제했다.

아토피에 인공향 자체가 자극이기 때문이다.

비누, 샴푸는 천연 유래이면서 향이 거의 없는 제품을 사용한다.

섬유유연제, 방향제 이런 것은 모두 퇴출했다.

 

로션도 향이 없는 것만 사용한다. 립밤까지도.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서는 '향'이 나면 금방 발각된다.

세 아이 모두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젯밤.

문득 MUSK 향이 콧가에 맴돌았다.

(향도 기억으로 맡을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화이트 머스크 향을 슬쩍 뿌렸다.

너무 오래되어서 탑노트가 영 별로였지만,

밤새 날아갔고, 새벽에 남은 베이스 노트가 무척 포근하다.

내 삶의 대부분을 포기하고 내려온 이곳에서의 삶.

마치, 효리가 서울생활을 뒤로한 채 제주에 내려간 것과 비슷할지 모르겠다.

 

새벽부터 솔솔 올라오는 화이트 머스크 향을 맡고 있자니,

효리의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가 떠올랐다. ㅋㅋㅋ

지금 내가 그 기분이다!

물론 나는 효리처럼 노래, 춤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오래전 좋아했던 것들이 떠오를 뿐.

집 앞에서 타면 대학로에서 돌아오는 회전 버스.

종로 6가의 도매서점.

갈 때마다 길을 잃는 동매문 종합시장의 원단 가게들.

살짝 무서웠던 방산시장의 골목들.

고3 자율학습 땡땡이치고 돌아다니며 먹었던 대학로의 솜사탕.

연애하면서 자주 다녔던 학림.

하염없이 걸으면서 먹던 뻥튀기.

한강둔치의 고즈넉함.

광화문 지나 덕수궁.

홍대 앞의 경양식집.

 

이런 기억들이 어느덧 20~30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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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음악들이 있다.

내가 모르는 음악들이 더 많을 것이다, 당연히.

 

음악을 들으면 많은 감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특히 오래된 음악을 들을 때는 신비하고 오묘한 기분이 든다.

예를 들면 세이킬로스의 노래.

 

세이킬로스의 노래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완전한 악보라고 한다.
(다른 음악들은 노래가 있다는 기록만 있고 악보가 없어서 당시 음악을 알 수 없다. )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있는 악보이고, 이것을 해독(?)하여 연주한 음악이다.

신비한 느낌이 든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음악을 엿볼 수 있다.

 

youtu.be/hIFcIE23Su4

 

 

 

종교적인 음악도 그렇다.

얼마전 오랜만에 영화 미션 OST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오래 전엔 기도를 했었다.)

텅 빈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션 OST를 들으며,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특히 좋아하는 구간은, 북소리로 시작하는 부분이다.

youtu.be/V-m5u0OFF_E?t=43

 

 

기독교(천주교) 음악의 성스러운 분위기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레고리안 성가 중에서도 남성들의 목소리가 그러하다.

개인적인 것인데, 높은 톤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피로감이...)

 

물론 좋아하는 여성 가수도 있다. 잘 듣지 못하고 반복해서 듣지 못할 뿐...

가지고 있는 수백장의 음반(CD, LP)에 여가수는 내돈 내산 이소라, 양희은, 선물받은 머라이어 캐리뿐......

언젠가 정리를 하다 깜짝 놀랐었다. 고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미 어려서부터였구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그레고리안 성가다.

틀어놓고 있으면 정말 차분해진다. 

youtu.be/Zose0zw4HOA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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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이 된 막내의 등교 첫날이다.

반 배정이 나온 후로 시무룩하다.

친한 친구가 한 명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단다.

 

반 배정표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배정표에는 전년도 반도 표기되어 있다.

어쩐지 불공평해 보인다.

 

한 반에 11명 남짓인 여학생, 13명 남짓인 남학생.

총 5반 이기에, 평균 2명씩 배정되어야 하거늘,

어떤 반은 같은 반에서 6명. 어떤 반은 1명.

 

어떤 기준의 반편성이었을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거의 친구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일까?

면담을 해 보면, 어떤 아이들끼리 친한 지 선생님들은 알고 있던데,

그것을 고려한 것일까?

 

작은 학교라서 전면 등교가 결정되었다.

첫째, 둘째에게 물어보니, 담임이 무서워도 친구들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단다.

나 역시 학창시절 생각해보니 그러했다.

 

친한 친구 한 명 없다는 것에 막내의 기분이 어떨지 말 안 해도 알겠다.

작은 학교라서 전교생을 거의 다 아는 수준이다.

같은 반에 배정된 아이들이 어떤 지 이미 알고 있는 울 막내.

 

내가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를 믿고,

아이가 언제든 나에게 요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

언제나 엄마는 네 편이고, 네 뒤에 있다는 것,

그러니 안심하라는 것...

 

어제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안 보여주고,

방에서 꼼짝하지 않은 막내의 자는 얼굴을 본 어젯밤이 생각난다.

 

마음이 아리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품에서 클 수는 없는 법.

아이가 혼자서 해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들 때 언제든 안전한 쉼터로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저 끊임없이 말해 줄 뿐이다.

 

학교가 안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공간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 학교로부터 분리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견디라고 하고 싶지 않다.

사회생활하려면 이것도 경험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것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

 

언제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정석처럼 보이는 길만이 삶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내가 선택할 게 없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순응하며, 내가 원하는 것을 회피한 채 살았다. 그게 삶인 줄 알았다.

 

어떤 선택도 가능하고,

삶의 길은 많으며,

그 어떤 길이라도 지지하고 응원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힘이 되고,

내가 선택하는 길은, 설령 평탄하지 않았도 그 길을 가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힘들어도 그 길에서 얻는 것이 있고, 충만감이 있다는 것도 경험해 보았다.

 

부디

오늘 개학 첫날,

막내의 하루가 설렘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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