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초등학교_입학'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5.17 아토피 아이들 황토집에서 12년째 사는 이유_5

3월 한달 교육을 받고 돌아와서 4,5월 아이를 학교 보내보니, 참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학교는 같은 단지였고, 문구점은 길 건너 단지에 있었는데,

담임이 자꾸 우리 첫째아이에게만 아침에 준비물 샘플를 문구점에서 가져오라는 것이다.

반이상이 건너 단지에서 살았음에도 말이다.

막내를 업고, 둘째 손을 잡고, 학교로 걸어가다가 학교 울타리와 만나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큰 길을 건넌다.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서 걸어간다. 다시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되짚는 것이다. 

건너 단지의 아파트 상가의 문구점은 2층. 가서 준비물 샘플을 가지고 학교로 가야 했다.

아침 8시가 채 안된 상가안은 어두 컴컴하다.

비상구의 불빛만으로 계단을 올라가 건물내부를 가로질러 불켜진 문구점을 찾아가야 했다.


샘플을 준비하라 했으니, 우리 아이보고, 

아침에 들러서 가져오라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이상했다. 

나중에 친청 엄마에게 여쭤보니, 그게 봉투를 가져오라는 뜻이란다.

(그 때는 촌지받지 않기를 했었는데, 이상하지 않은가?

강남에 살고 있던 후배에게 몇 년 후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강남의 학교를 선생님이 거쳐가면

차를 바꾸고 아파트 평수가 바뀐다고. 교육청에 신고할텐데? 아니란다. 전혀. 

학부모들이 모두 당연하게 생각해서 신고하는 사람이 없단다. 뭐 당연히 조사할 일도 없겠지..

김영란법이 있는 지금은... 없어졌다고 믿고 싶다.)

 


이야기가 샜다. 갑자기 열이 받아서.  계속해서 당시 이야기를 해본다.

그 때 공개 수업이 있어서 셋째 아이를 업고 갔었다.

아이가 칭얼거려 교실과 복도를 왔다갔다 하며 사진을 찍었다.

한 5~6년 전에 컴퓨터 정리하다가 그 사진을 봤었는데,

그 전에 보면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광경이 보였다.

복도에서 아이를 찍다보니, 교실 맨 뒤의 엄마들까지 나왔다.

쪼르르 서 있는 열 댓명의 엄마들은 모두 풀메에 정장.

그리고 그 중 일곱 명인가 들고 있는 가방은 똑같은 루***. 그것도 같은 모델..ㅜㅜ

가방 동호회 번개인 줄.


둘째 아이가 문질러 생긴 진물 얼룩이 군데 군데 있는 목 늘어진 티셔츠에,

무릎이 살짝 나온 바지.

첫째부터 사용해서 낡아버린, 빛 바래고 때가 탔으며, 진물 얼룩이 뭍은 포대기로,

얼굴이 벌건 아기를 업은, 대충 머리를 틀어올려 묶은 화장기 하나 없는 어떤 엄마.

그게 나였다.


그런 화려한 차림의 엄마들은 무언가를 주었을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피해를 우리 첫째 아이가 고스란히 받았고.

그 와중에 다행이라 해야 하나. 

첫째 아이는 선생님이 공주님처럼 예쁘다고 좋아해서, 힘든 줄도 몰랐던 것 같다.

풀메이컵에 완벽한 이자이자머리 세팅, 화려한 치마 정장에 악세사리도 고급스러운,

패션도 완벽하고 세련된 선생님이셨다.


그리고 5월 마지막날 전학을 했다. 

이후로도 첫째 아이에게 미안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엄마가 처음이다보니, 모두 시행착오와 경험부족, 그리고 지혜롭지 못함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Posted by vivaZzea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