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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등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1.03.02 개학에 대한 단상 (부제 : 사춘기의 개학 )

중학교 3학년이 된 막내의 등교 첫날이다.

반 배정이 나온 후로 시무룩하다.

친한 친구가 한 명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단다.

 

반 배정표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배정표에는 전년도 반도 표기되어 있다.

어쩐지 불공평해 보인다.

 

한 반에 11명 남짓인 여학생, 13명 남짓인 남학생.

총 5반 이기에, 평균 2명씩 배정되어야 하거늘,

어떤 반은 같은 반에서 6명. 어떤 반은 1명.

 

어떤 기준의 반편성이었을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거의 친구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일까?

면담을 해 보면, 어떤 아이들끼리 친한 지 선생님들은 알고 있던데,

그것을 고려한 것일까?

 

작은 학교라서 전면 등교가 결정되었다.

첫째, 둘째에게 물어보니, 담임이 무서워도 친구들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단다.

나 역시 학창시절 생각해보니 그러했다.

 

친한 친구 한 명 없다는 것에 막내의 기분이 어떨지 말 안 해도 알겠다.

작은 학교라서 전교생을 거의 다 아는 수준이다.

같은 반에 배정된 아이들이 어떤 지 이미 알고 있는 울 막내.

 

내가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를 믿고,

아이가 언제든 나에게 요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

언제나 엄마는 네 편이고, 네 뒤에 있다는 것,

그러니 안심하라는 것...

 

어제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안 보여주고,

방에서 꼼짝하지 않은 막내의 자는 얼굴을 본 어젯밤이 생각난다.

 

마음이 아리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품에서 클 수는 없는 법.

아이가 혼자서 해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들 때 언제든 안전한 쉼터로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저 끊임없이 말해 줄 뿐이다.

 

학교가 안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공간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 학교로부터 분리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견디라고 하고 싶지 않다.

사회생활하려면 이것도 경험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것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

 

언제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정석처럼 보이는 길만이 삶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내가 선택할 게 없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순응하며, 내가 원하는 것을 회피한 채 살았다. 그게 삶인 줄 알았다.

 

어떤 선택도 가능하고,

삶의 길은 많으며,

그 어떤 길이라도 지지하고 응원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힘이 되고,

내가 선택하는 길은, 설령 평탄하지 않았도 그 길을 가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힘들어도 그 길에서 얻는 것이 있고, 충만감이 있다는 것도 경험해 보았다.

 

부디

오늘 개학 첫날,

막내의 하루가 설렘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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