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나서였던가? 아장아장 걷는 첫째를 데리고 아파트 사이 길을 걸었다. 필로티 구조 아래를 지나갈 때, 바람이 휙~
초저녁이었는데, 그날 밤 아기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감기였다.
스물 다섯 첫째가, 친구들 집에 놀러갔다가 며칠 만에 왔다.
병원약 한움큼을 지어왔단다. 이제 쉬어야겠다고 한 뒤로 서너시간도 지나지 않아, 열이 38도를 넘는다.
밤이 되자, 40도 가까이 올랐다.
조근조근 물어보았다. 추웠니? 응.
찬 바람 맞을거야? 응.
아기 때랑 똑같다.
콘서트간다고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찬 바람 한번에 무너지는구나.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했다.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란다. 열감기.
스물 다섯이 되어도, 40도의 고열로 고생하는 내 첫째아이.
언제까지 돌봐야 하는것인가? 의문이 들기도하고, 내가 혹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건가 돌아본다.
독립하도록 해야 했나...
며칠 전 본 드라마 짤 내용이 생각난다. 서른 전후의 딸을 독립시키기 위해 전남편에게 보증금을 빌리는 엄마가 나온다.
엄마가 고생하며 남매를 키운 것을 보고 자란 딸이, 가장의 짐을 짊어지고 버거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 엄마.
딸에게 의지하고 있던 것을 발견했고, 딸에게 말도 하지 않고, 짐을 싸서 내보낸다. 그리고 빈 방에서 울었다.
나도, 저 드라마 속 엄마처럼 아이들을 잡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독립할 힘을 키우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아이는 아파서 며칠 째 고열과 기침으로 고생하는데, 바쁜 와중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나 너를 지켜줄 수 없는데...
막상 독립하면 잘 살 녀석을 내가 나약하게만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야.
아프지 말거라.
첫째도
둘째도
막둥이도
아프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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