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이번 장마에 우리집도 비 피해를 입었다.

지난 목요일 새벽,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이럴 때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1. 마을 전체 정전인가?  N

2. 우리집 전체의 정전인가? ->두꺼비 집으로 확인 ) N
3. 집의 일부라면 누전차단기가 내려간 곳은 어디이고, 어떤 전기제품들이 있나?

   -> 지하수 펌프가 연결된 주방,서재, 다용도실(세탁기)의 누전차단기가 내려갔다.

 

4. 가능성 : 세탁기와 펌프가 누전

5. 추측 : 과거 경험으로 비가 많이 왔을 때 펌프 침수 우려

6. 바로 펌프 침수 확인? Y. 침수다.

7. 펌프 코드 뽑고, 집안의 누전차단기 올린다. 전기 들어온다.

8. 배수 펌프 찾아서 펌프바닥에 설치, 펌프실 물을 뺀다.

 

-------------------------------

하필 그 새벽에 비가 엄청 왔었다.

학교 갈 아이들은 물이 없어 등교 준비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

빠르게 근처에 사시는 어머니께 전화드려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할머니 따라 가고, 학교 가는 대응책도 일러주었다.

 

그리고 배수펌프 찾기.

지하수를 퍼올리는 펌프 침수시간이 길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빨리 물을 빼야 했다.

이미 펌프가 잠기기 직전인 상태다. 서둘러야 했다.

 

배수펌프를 찾고, 그것을 설치하고, 배수펌프가 작동하는지 살피고..

비가 엄청 와서, 비옷을 입고 우산을 썼지만, 머리끝부터 장화속까지 몽땅 젖었다.

첫째와 이 작업을 함께 하면서, 계속 말했다.

"부자같지 않아."

"평화롭지 않아."

나쁜 말이 나오면, 좋은말+부정문 으로 바꾸기를 하면서 웃었다.

그 비를 쫄딱 다 맞으면서. ^^

 

펌프는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근처 어머니댁으로 우선 대피.

밤에 물이 다시 나온다기에 돌아왔고,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을 받아 두었다.

 

하지만, 다시 비가 왔고, 다시 누전이 되었다.

 

받아둔 물을 다 쓰고, 처마끝에 양동이들을 주욱 늘어놓고 빗물을 받아 변기를 사용했다.

비가 오는 게 고마왔다.

비가 안 왔으면 어쨋든 집에 있을 수 없으니...

지난 목요일 새벽부터 어제 밤까지 이렇게 보냈다.

다행이 일요일 오후에 비가 잦아들었고,

양동이에 받아둔 빗물을 거의 사용할 때쯤, 펌프가 고쳐졌다.

물이 나왔다.

비록 흙탕물이라서 변기 외에 사용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양동이를 들고 나르지 않아도 되어 기뻤다.

 

작은 일에 감사하기.

오래전에 감사일기를 썼는데, 늘 긍정이 아닌 마음이 가득해서 진정하지 않게 썼었다.

감사하지 않은데, 감사한 척.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

비가 와서 펌프 침수가 되어 물이 안나오는 것인데,

그 비 덕분에 빗물을 받아 쓸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척이 아니라...

 

관점의 변화가 없었다면, 아마 화를 내고, 속에서는 부글거리고...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관점 뿐이다.

관점을 바꾸니, 마음에 평화가 온다.

 

이 글을 이렇게 집에서 쓸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Posted by vivaZzea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