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이틀째인지 삼일째인지 계속 내리던 밤,
빽빽 울어대는 새끼냥을 구조했었다.
그게 일주일전이다.
새벽 5시 반경이 되면 어김없이 빽빽 울던 소리가 안 들렸다.
7시에도 들리지 않았다.
5시대에 울고, 7시대에 우는 새끼냥인데...
.....발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막내방에 들어가보니,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마 한밤에 떠난 듯 했다.
어제 막내와 함께 이녀석 햇빛을 쬐어주며 얘기했었다.
아무래도 며칠 못 갈 것 같다고...
구조 후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어미가 버린 이유가 보였다.
이미 너무 많이.......아픈 아기였다.
이미 많이 아픈 아기여서, 나머지 아기들은 잘 키우기 위해 버리고 이사 간 모양이었다.
(둘째가 새끼 몇 마리 달고 이사가는 고양이 가족을 봤다고 했다. 구조하기 삼일 전 낮에.)
일주일이라도 분유먹으며,
따뜻한 집에서 지낸 것이 너에게 괜찮은 것이었을까?
어제 햇빛을 쬐며 뛰고 장난친 것이, 너에게 행복이었을까?
서울 살 때 그렇게 무서워하던 고양이였다. (개도 무서워한다...)
이 곳에 이사와 버려진 길냥이 아기를 울면서 키우던 게 벌써 16년 전이다.
그 후, 수십마리의 길냥이들이 우리 땅에 들락거렸었다.
어디선가 구조한 고양이들을 마당에서라도 키워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었고,
버려진 새끼를 밥 주다가 벌써 9년 넘에 들락거리는 냥이도 현재 있고,
몰래 우리집에 어미냥 두 마리, 새끼냥 다섯마리를 버리고 가서 키우기도 했고. (심지어 버려진 어미냥 한마리는 만삭이었다)
16년동안,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집 마당을 거쳐간 고양이들은 백여마리가 넘는 것 같다.
스무마리 넘게 중성화를 해줬고,
수십마리의 무지개다리 건넌 아이들을 봐야 했다.
오늘아침,
열흘만에 다시 아기고양이를 보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다. 나도 언젠가 죽는다. 그게 언제인지 모를뿐, 나도 반드시 죽는다.
내 슬픔은 나의 몫이다.
아가야, 너는 그저 그 곳에서 건강하게 신나게 뛰어놀으렴!
다음 생이 있다면, 건강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너의 복을 모두 누리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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