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집에 돌아온 막내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엄마, 냉이 캘 때가 언제야?"
"요즘 캐도 돼. 왜?"
"그럼 나랑같이 냉이 캐자~~
아주 목소리가 날아간다.
돌 전부터 아파트를 떠나서 산 덕분인지,
막내는 마당에서 노는 걸 엄청 좋아한다.
<씻는 중의 냉이. 싱그러운 향에 사진 한 장 찍어본다.>
미취학 시절엔, 밥만 먹고 나가 있거나,
아침에 밥먹고 나가서 저녁 먹기 전에 들어오기도 했었다.
(노느라 배고픈줄도 몰랐다고)
지금도 학교 다녀와서 날씨가 좋으면 그냥 밖에서 논다.
겨울에는 추워서 못 나가더니,
햇빛이 따뜻하니 아주 신났다~
마당 한쪽에는 지름 5.5m 방방이(트램폴린)도 있고,
남편이 직접 하우스대로 4m 높이의 그늘막까지 만들어줬다.
(뻥 뚫린 비닐하우스 형태)
검은 차광막까지 씌워서 여름에도 그럭저럭 놀만하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 때, 스피커 하나 들고 가서
방방이에 누워 음악 들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물론 아이는 혼자 놀지 않는다. 마당냥이들과 함께 논다.
(냥이들은 때로는 귀찮아서 슬쩍 피하기도 한다)
하여간, 냉이 캐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조금만 캐~
라고 했건만,
얼마 후 아이는 오더니,
"조금이지..." 하며 봉지를 내민다.
헉! 많이도 캤다.
그냥 두면 또 하기 싫어질 것 같아서(부엌일 싫어해요)
바로 큰 스텐통에 물을 담고 냉이를 담갔는데,
아뿔싸!!
하나도 안 다듬어서 흙과, 마른 풀잎이 장난 아니게 많다.
나는 가끔 막내가 아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막내는 밭에서 무엇인가를 정말 잘 캐는데,
손도 커서 많이 캐오는데,
아직 어리다보니, 다듬는 건 생략.
다듬는 게 일인데.....
또래보다 월등히 작은 막내는 손도 작아서
과도도 이 아이 손엔 크다.
섬세한 작업은 힘들다는..
물로 대충 한 번 씻었는데, 흙이 한 대접이다.
몇 시간의 담금과, 열 번이 넘는 세척을 한 후
된장국 끓여서 감탄하며 먹었다.
사이사이 씹히는 흙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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