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둥이가 수능을 봤다.
5교시 미응시였기에, 늦어도 5시에는 나오겠지 하며 4:40에 도착했다.
교문앞에는 벌써 이삼백명의 학부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다, 고사장 학교 위치가 산자락이어서 가끔 바람이 불었다.
온도는 낮지 않았으나 거의 등산하다시피 올라와서 땀이 난 탓에, 한기가 왔다갔다 했다.
아무튼, 5시가 되었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5시 10분이 되어도 조용했다.
학부모들은 점점 많아지고, 진입로가 좁고 한 개뿐인 산자락 학교 앞의 길은, 완전히 엉켜버린 차들로 엉망징창이었다.
경찰 두 분이 올라와서 학교 관계자와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답안지 수거차가 못 올라오고 있단다.
그래서일까?
애들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어느덧 5시 30분이 넘어서자, 몇 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막둥이는 6시가 다 되어 나왔다. 1층부터 차례로 내보냈고, 3층에 있었단다!
한 시간이 넘는 기다림속에 막둥이는 나를 보자마자 싱글벙글 엄마~~~~~~ 를 외친다!
조심조심 의지하며 경사로를 내려오며 막둥이가 이런다.
엄마~ 나만 대가리꽃밭이었나봐~ 도시락 먹을 생각에 계속 기분이 좋았고,
도시락 뚜껑 열었을 때, 너무 좋아서 막 웃으며 먹었어~ 정말 맛있었어~
보온도시락 뚜껑 못 여는 애들 몇 명 내가 뚜껑 열어줬어~ 엄마가 준 장비*로~ ㅋㅋㅋ
둘이서 오손도손 재잘거리며 내려왔다.
그래,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다. 아마 나였다면, 수능포기자로서 시험 보면서도 주눅들었을텐데,
그 순간을 즐겁게 보낸 막둥이가 대견하다.
앞으로 살면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달려가는 속에서 나는 멈춰있는 느낌!
나만 다른 길로 가는 느낌!
그럴 때, "지금, 지금, 지금" 을 기억하렴.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기억하렴.
조금 느려도, 조금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기억하렴.
작년 2학년 때, 유난히 대학입시를 강조하고, 강요했던 선생님으로부터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던 막둥이.
대학을 꼭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학부모 상담한 후로
그나마 조금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그 스트레스 또한 좋은 경험이리라. 하지만 그것으로 너 자신을 작아지게 하는 것은 멈추렴!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너의 중심을 계속 들여다보렴!
수고했다, 막둥아!
이제 내일 면접까지 보면, '입시'는 끝나는구나!
마지막까지 할 것을 다 하고, 시원함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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