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아이들 키우기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vivaZzeany 2025. 6. 2. 15:37




할머니 봐 봐. 응?

 

-싫어

 

싫어?

싫으면 말아야지~

 

아이고, 우리 번데기,
얼마나 큰 나비가 되려고 이러나~

 

-아니

-나 아무것도 안 될 거야

 

그럼 또 어때.

지금처럼 아픈 데 없이 밥 잘 먹고

가끔 할머니 말동무 해 주면서 살면 되지

할머니가

너 하나 먹여살릴 돈 있어

진짜

 

-할머니

-나 진짜 정신병인가봐

-다 너무 후회되고 걱정 돼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뭐가 그렇게 후회고 걱정이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을 아직 멀었는데

 

-모르겠어

-나도 진짜 나가야 되는 거 아는데

-다시 아무것도 아닌 때로 못 돌아가겠어

-거기 밖에 돌아갈 데가 없는 것도 아는데

-너무 초라하고

-지겨워

-나한테 남은 날이 너무 길어서

-아, 아무것도 못하겠어.

-하, 할머니, 나 너무 쓰레기같애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 드라마 <미지의 서울>4화 뒷부분 중에서 -

 

 

 

 

 어디에서 웅크리고 있을, 살려고 싸우는 모든 생명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