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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앞 가는 지하철 2호선.

시골살이하면서 가끔 지하철 탈 때면, 나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얼핏 들은 배 사고.

 

3시간의 특강을 듣고, 선생님과 같은 들은 사람들(처음 만난 분들)과 식당에 온 시간이 오후 1시 좀 넘은 시각.

밥을 먹으며 식당의 TV를 보았다.

전원 구조 되었구나! 다행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 돌아 집에 오는 전철 안.

전원구조가 아니란다.

......

뭐지?

 

 

저녁이 되어 집에 도착, PC를 켜 본다. (집에 TV가 없다.)

믿을 수 없는 뉴스들.

밤 늦게까지 뉴스를 봤고,

자다 깨면 뉴스 확인을 했고,

다음 날(17일) 깨자마자 뉴스부터 확인했고,

그렇게,

대한민국의 부모들과 학생들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당시 열다섯, 열셋,아홉의 세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곧 내 아이들도 그 나이가 될 것이기에.

수학여행에서,

그냥 다들 가능 수학여행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더 큰 상처는,

가짜뉴스와 그 뉴스를 믿는 어르신들이다.

나의 노모 또한 그 뉴스를 믿으며, 비난하실 때,

내 상처 위에 또 상처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십년 전 오늘을 기억합니다.

그 배의 사람들과 가족들을 응원합니다.

 

비겁하게 이렇게 글로만 끄적인 것에 대해 미안합니다.

그저 기억한다는 말 밖에 못해서 미안합니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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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해결하고자 하나 상대의 눈치만 보다가 더 악화되는.  이젠 해결이고 뭐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싶은 그런 때.

 

일을 하면서도 발끝 언저리 어딘가에서 '그것'이 자꾸 채인다. 일에 집중해보지만, 그것이 채이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내 에너지도 쑥쑥 사라진다. 피곤해진다. 졸려온다. 

 

잠시 일을 미루고 잠깐 눈을 붙여본다. 잠깐의 충전으로 나머지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아침이 되면 힘을 얻지만 여전히 그것이 떠오른다. 왜? 왜? 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신선한 아침의 뇌는 사라져버린다.

 

이럴 때, 잠깐의 웃음을 주는 웹툰 하나. 웃플 때가 많은 웹툰. 고단한 작가의 삶 속에서 해학을 본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거면 됐지. 아침에 한번 웃으면 됐지. 웹툰 자체보다, 함께 호흡하고 있는 구독자들의 댓글이 때론 더 따스하다. 그 작가에 그 구독자들!

 

그래. 많은 사람들이 뭐가 필요한가. 잠깐이라도 그 순간 사람들의 공감 한 마디가 더 위대한 것이다. 악플보다 선플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백개의 선플 속에 1개의 악플이 더 아픈 법이다. 손실회피편향와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작동해서 그렇다. 뇌가, 우리의 뇌가 그렇게 진화했다. 

 

넘어서자! 수렵채집의 뇌로 현대를 사느라고 우왕좌왕하는 내 뇌여! 지금은 선사시대 사바나가 아니다! 그래서, 다 괜찮다! 어떻게든 버티면 살아진다. 용기를 내면 관계도 회복할 수 있다. 용기!! 

 

글쓰기를 배우는 중이다. 내면으로 침참하는 것도 배우는 중이다. 내 안의 나와 만나게 하는 글쓰기. 이것 역시 용기가 필요했다. 들여다보고 글로 써보는 나를 인정한다. 잘했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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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이틀째인지 삼일째인지 계속 내리던 밤,

빽빽 울어대는 새끼냥을 구조했었다.

그게 일주일전이다.

 

새벽 5시 반경이 되면 어김없이 빽빽 울던 소리가 안 들렸다.

7시에도 들리지 않았다.

5시대에 울고, 7시대에 우는 새끼냥인데...

 

.....발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막내방에 들어가보니,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마 한밤에 떠난 듯 했다. 

 

 

 

어제 막내와 함께 이녀석 햇빛을 쬐어주며 얘기했었다.

아무래도 며칠 못 갈 것 같다고...

구조 후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어미가 버린 이유가 보였다.

 

이미 너무 많이.......아픈 아기였다.

이미 많이 아픈 아기여서, 나머지 아기들은 잘 키우기 위해 버리고 이사 간 모양이었다.

(둘째가 새끼 몇 마리 달고 이사가는 고양이 가족을 봤다고 했다. 구조하기 삼일 전 낮에.)

 

일주일이라도 분유먹으며,

따뜻한 집에서 지낸 것이 너에게 괜찮은 것이었을까?

어제 햇빛을 쬐며 뛰고 장난친 것이, 너에게 행복이었을까? 

 

 

 

서울 살 때 그렇게 무서워하던 고양이였다. (개도 무서워한다...)

이 곳에 이사와 버려진 길냥이 아기를 울면서 키우던 게 벌써 16년 전이다.

그 후, 수십마리의 길냥이들이 우리 땅에 들락거렸었다.

 

어디선가 구조한 고양이들을 마당에서라도 키워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었고,

버려진 새끼를 밥 주다가 벌써 9년 넘에 들락거리는 냥이도 현재 있고,

몰래 우리집에 어미냥 두 마리, 새끼냥 다섯마리를 버리고 가서 키우기도 했고. (심지어 버려진 어미냥 한마리는 만삭이었다)

 

16년동안,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집 마당을 거쳐간 고양이들은 백여마리가 넘는 것 같다.

스무마리 넘게 중성화를 해줬고,

수십마리의 무지개다리 건넌 아이들을 봐야 했다.

 

오늘아침,

열흘만에 다시 아기고양이를 보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다. 나도 언젠가 죽는다. 그게 언제인지 모를뿐, 나도 반드시 죽는다.

 

 

 

내 슬픔은 나의 몫이다.

아가야, 너는 그저 그 곳에서 건강하게 신나게 뛰어놀으렴!

다음 생이 있다면, 건강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너의 복을 모두 누리길 기도한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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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냥들과 확연하게 차이나는 체격.
형제들에게 치여서 어미젖도 제대도 못 먹고,

분유도 뱉어버리는 작은 아기냥. 밤중에 떠난 모양이다. 새벽에 나가보니, 별이 되었다.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다.

십 수년 동안 길냥이들을 겪어서인지, 예감 되는 아기들이 있다.

이 아기도 그랬다. 

 

어미냥이도 아가여서, 새끼들 돌보는 게 쉽지 않았을게다.

게다가 어미냥이는, 두 달도 안되었을 때 버려진 듯 했다. 

어미의 돌봄을 제대로 못 받은 아기가 아기를 낳았으니...

 

중성화를 해 주려고 했었다.

아직 너무 어리고 작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기를 낳았다.

하필 일주일 지방 출장간 사이에 아기를 낳아서, 마음이 짠했는데......

 

건강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은 아직 어린 어미냥...

그 어미에게서 태어난 작은 생명 넷.

그리고 별이 된 아기 하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마당을 거쳐간 수십마리의 냥이들.

수십번의 이별을 겪었다. 십년 가까이 오는 아이도 물론, 있다. 지금도.

하지만, 아기들은 너무도 쉽게... 별이 되었다. 

 

세월이 흘렀고, 나도 나이가 많아져서 조금은 무뎌질 줄 알았다.

그런데 별이 된 것을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왔더랬다. 무게도 없이 굳어버린 작은 별... 내 눈물이 무슨 위로가 되겠니...

 

그저 이젠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젠 음식 거부하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젠 천사가 되어 다행이다......

 

 

 

안녕, 잘 가렴

 

 

*****

손바닥보다 작은 생명을 보내는 게 이렇게 슬픈데...

제발 사람의 아이들이 더 이상 스러지지 않게 지키자.

제발 지키자.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말자!

 

폭력으로부터, 위험(교통...)으로부터, 스스로 해치는 것으로부터...

어른인 나도 이렇게 무서운데,

십대 아가들은... 얼마나 무서웠니...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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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넘게 하던 작업을 마무리했다.

다시 해야 하는 것들이 주어진 지금,

번아웃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루틴과 웰빙이 무너져서,  일을 하는 것을 멈추고 싶다.

 

 

지금 현재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생긴 현상들)

7,8,9월.

달리기도 멈췄다. 7월초에 몇 번. 8월 1번, 9월 1번.

달리기를 멈추자, 달리기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첫째

지금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지금 제목과는 전혀 다른 글을 쓰고 있다.

 

둘째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뇌에서 연결되었던 선들이 뚝뚝 끊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찾고, 또 찾고...

버리는 시간,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세째

불편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달리기를 할 때는, 긍정의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고,

부정적인 상황이 와도 바로 긍정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달리기를 멈추자,  내 오랜 불안감이 자주 올라오는 것 같다.

 

진화의 관점에서, 달리기는 먹이를 찾는 활동 즉 생존을 위한 활동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멈추자 내 뇌가, 내 몸이 생존의 위협을 느낀 듯 하다.

불안.

살도 푹푹 찌는 게 느껴진다.

운동을 멈춰서라기보다는, 몸이 필사적으로 저장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다.

 

아!

차가 없어서 둑에 나갈 수가 없었구나!

이것도 잊고 있었다. 

마을길은 경사로여서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경사로에서 달리다가 한달넘게 치료받았다. 경사로는 무조건 패스~

 

차가 생길 때까지 대책을 세워야겠다.

 

 

 

돈과 시간의 자유가 있고, 어떤 제약도 없다면?

 

뭘 하고 싶을까?

 

1. 텃밭 정리와 파종을 하고 싶다.

텃밭은 처음부터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다.

어떤 화학적인 것도 없는 자연상태의 작물 재배가 목적이었다.

 

순환농업, 자연농법, 6무농법, 유기농법...등등

공부를 했지만, 항상 명확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되나? 이게 맞나? 아닌가??

 

이론으로는 알겠는데, 막상 밭에 나가서 해 보면, 무엇을 해야 하나 멍해졌다.

 

올초, 유튜브에서 알게 된 이세계농사법으로 머리속이 시원해졌다.

명확해지고 있다.

 

이제 이것을 직접 해 보는 일이 남았는데, 석달동안 작업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못했다.

지금이라도 밭 정리, 파종 등을 하면 된다.

다만, 자꾸 주어지는 다른 일들이 불편해온다.

돈과 시간의 자유!

그것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다.

 

 

2.  자립준비청년에게 도움되는 정보책 만들기

 

3. 나를 비롯, 주변 사람들 퍼스널브랜딩 함께 하기

 

4. 삶의 소소한 정보 큐레이션 하기

 

5. 전자책 다시 쓰기

 

6. 디자인공부 하기

 

7. 클101 강의 듣고 실행하기 (현재 듣고 있는 유튜브, 카피, 그림)

 

8. 매주 주말에 아이들과 인터벌 달리기 하기

 

9.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사람들과 나누기

 

 

이 글을 쓰고 중에 보이는 것 한가지.

오만함.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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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던 막내를 낳은 날.

 

15년전 그 날의 전날 밤 11시경,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친정엄마와 아자씨과 함께 조산원에 갔다.

대기실같은 방에서 있다보니, 잠은 까물까물 오고.

내가 졸다보니, 자궁은 열리다 멈췄다.

이러다 애 못 낳겠다며, 아자씨가 밖에 나가서 걷자고 한다.

새벽 1시경, 조산원 근처를 배회하다보니,

어느 덧 진통 간격이 줄어든다.

 

새벽 2시 2분(인가?????).

내 마지막 출산이었다.

 

 

셋을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아니다. 지금도 크게 작게 혹은 자잘하게 부딪히는 관계들이 있다.

나와 첫째, 첫째와 둘째, 나와 둘째, 나와 셋째.

첫째와 막내, 둘째와 막대...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있다.

때론 화가 나고,

눈물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보다 자주 웃기고, 재미있고, 코가 벌렁거릴 만큼 흥미진진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녀석들은 내가 낳았지만 내게 속하지 않은 독립된 존재들이라는 것이 명확하다.

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아기 때에도, 유년기에도, 사춘기에도, 성인이 된 후에도.

내가 돌봐야 하는 때가 있었지만,

이들은 온전하고, 완벽하고, 전체이며, 완전하고 위대한 존재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내게 말하고,

내 말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정신줄 놓고, 당황해서 허둥지둥 대는 나에게 진정하라고 말하고..

 

이들은 때로 나의 스승이고,

나의 친구이고,

나의 거울이다.

 

막내가 성인이 된다면,

그 때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세 녀석이 모여서,

대화의 장에서 말하는 모습을 들으면(수다....일까?)

뭔가 대견하고, 뿌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은 자신의 세계가 단단해지고 있다. (못 알아듣......)

멋지다!

 

건강하고, 건강하고, 건강하렴.

그래서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할 때,

건강이 제약이 되지 않기를!

 

ㅅ..........스.................스릉..................사 랑 한 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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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토토가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 장면을 다 알지 싶다.

 

제주도에 사는 효리를 만나러 간 재석.

재석과 노래하다가 흥 폭발한 효리의 강력한 한 마디!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이 장면이 생각나서 유튜브에서 검색했다.

이효리 무한도전 서

까지 썼는데, 서울가고싶어가 딱 있더라. ㅋ~

이 장면이 인상적인 게 나만이 아니었어~~

 

https://youtu.be/nKKcrTEsQ6Y

 

 

이십 대에 향수 모으는 게 취미였다.

중고딩 시절 해외출장 가시는 아부지한테 미니어처 향수세트를 받았을 때,

반했었다.

그 후로 미니어처 향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향수 뿌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코가 예민하다)

기분에 따라 즐기는 쪽이었다.

 

하지만, 

둘째의 아토피는 취미도 바꾸었다.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 모으던 향수세트는 친정에 두었다.

농촌지역으로 이사 오고,

흙집 짓고 살면서,

모든 향은 배제했다.

아토피에 인공향 자체가 자극이기 때문이다.

비누, 샴푸는 천연 유래이면서 향이 거의 없는 제품을 사용한다.

섬유유연제, 방향제 이런 것은 모두 퇴출했다.

 

로션도 향이 없는 것만 사용한다. 립밤까지도.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서는 '향'이 나면 금방 발각된다.

세 아이 모두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젯밤.

문득 MUSK 향이 콧가에 맴돌았다.

(향도 기억으로 맡을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화이트 머스크 향을 슬쩍 뿌렸다.

너무 오래되어서 탑노트가 영 별로였지만,

밤새 날아갔고, 새벽에 남은 베이스 노트가 무척 포근하다.

내 삶의 대부분을 포기하고 내려온 이곳에서의 삶.

마치, 효리가 서울생활을 뒤로한 채 제주에 내려간 것과 비슷할지 모르겠다.

 

새벽부터 솔솔 올라오는 화이트 머스크 향을 맡고 있자니,

효리의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가 떠올랐다. ㅋㅋㅋ

지금 내가 그 기분이다!

물론 나는 효리처럼 노래, 춤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오래전 좋아했던 것들이 떠오를 뿐.

집 앞에서 타면 대학로에서 돌아오는 회전 버스.

종로 6가의 도매서점.

갈 때마다 길을 잃는 동매문 종합시장의 원단 가게들.

살짝 무서웠던 방산시장의 골목들.

고3 자율학습 땡땡이치고 돌아다니며 먹었던 대학로의 솜사탕.

연애하면서 자주 다녔던 학림.

하염없이 걸으면서 먹던 뻥튀기.

한강둔치의 고즈넉함.

광화문 지나 덕수궁.

홍대 앞의 경양식집.

 

이런 기억들이 어느덧 20~30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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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음악들이 있다.

내가 모르는 음악들이 더 많을 것이다, 당연히.

 

음악을 들으면 많은 감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특히 오래된 음악을 들을 때는 신비하고 오묘한 기분이 든다.

예를 들면 세이킬로스의 노래.

 

세이킬로스의 노래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완전한 악보라고 한다.
(다른 음악들은 노래가 있다는 기록만 있고 악보가 없어서 당시 음악을 알 수 없다. )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있는 악보이고, 이것을 해독(?)하여 연주한 음악이다.

신비한 느낌이 든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음악을 엿볼 수 있다.

 

youtu.be/hIFcIE23Su4

 

 

 

종교적인 음악도 그렇다.

얼마전 오랜만에 영화 미션 OST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오래 전엔 기도를 했었다.)

텅 빈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션 OST를 들으며,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특히 좋아하는 구간은, 북소리로 시작하는 부분이다.

youtu.be/V-m5u0OFF_E?t=43

 

 

기독교(천주교) 음악의 성스러운 분위기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레고리안 성가 중에서도 남성들의 목소리가 그러하다.

개인적인 것인데, 높은 톤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피로감이...)

 

물론 좋아하는 여성 가수도 있다. 잘 듣지 못하고 반복해서 듣지 못할 뿐...

가지고 있는 수백장의 음반(CD, LP)에 여가수는 내돈 내산 이소라, 양희은, 선물받은 머라이어 캐리뿐......

언젠가 정리를 하다 깜짝 놀랐었다. 고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미 어려서부터였구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그레고리안 성가다.

틀어놓고 있으면 정말 차분해진다. 

youtu.be/Zose0zw4HOA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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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이 된 막내의 등교 첫날이다.

반 배정이 나온 후로 시무룩하다.

친한 친구가 한 명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단다.

 

반 배정표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배정표에는 전년도 반도 표기되어 있다.

어쩐지 불공평해 보인다.

 

한 반에 11명 남짓인 여학생, 13명 남짓인 남학생.

총 5반 이기에, 평균 2명씩 배정되어야 하거늘,

어떤 반은 같은 반에서 6명. 어떤 반은 1명.

 

어떤 기준의 반편성이었을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작년 한 해 동안 거의 친구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일까?

면담을 해 보면, 어떤 아이들끼리 친한 지 선생님들은 알고 있던데,

그것을 고려한 것일까?

 

작은 학교라서 전면 등교가 결정되었다.

첫째, 둘째에게 물어보니, 담임이 무서워도 친구들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단다.

나 역시 학창시절 생각해보니 그러했다.

 

친한 친구 한 명 없다는 것에 막내의 기분이 어떨지 말 안 해도 알겠다.

작은 학교라서 전교생을 거의 다 아는 수준이다.

같은 반에 배정된 아이들이 어떤 지 이미 알고 있는 울 막내.

 

내가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이를 믿고,

아이가 언제든 나에게 요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

언제나 엄마는 네 편이고, 네 뒤에 있다는 것,

그러니 안심하라는 것...

 

어제 하루 종일 얼굴 한 번 안 보여주고,

방에서 꼼짝하지 않은 막내의 자는 얼굴을 본 어젯밤이 생각난다.

 

마음이 아리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품에서 클 수는 없는 법.

아이가 혼자서 해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들 때 언제든 안전한 쉼터로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저 끊임없이 말해 줄 뿐이다.

 

학교가 안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공간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 학교로부터 분리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견디라고 하고 싶지 않다.

사회생활하려면 이것도 경험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것도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

 

언제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정석처럼 보이는 길만이 삶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내가 선택할 게 없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순응하며, 내가 원하는 것을 회피한 채 살았다. 그게 삶인 줄 알았다.

 

어떤 선택도 가능하고,

삶의 길은 많으며,

그 어떤 길이라도 지지하고 응원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힘이 되고,

내가 선택하는 길은, 설령 평탄하지 않았도 그 길을 가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힘들어도 그 길에서 얻는 것이 있고, 충만감이 있다는 것도 경험해 보았다.

 

부디

오늘 개학 첫날,

막내의 하루가 설렘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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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 핫하다는 클럽하우스.

유튜브 이연님의 영상에서 처음 알았고, 희한한 곳이다 생각했다.

몇 번의 검색으로 대충 파악을 했다.

코로나 시대에 포노 사피엔스에게 필요한 것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첫째와 대화중, 이미 첫째는 가입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굳이 가입할 필요가 있을까? 하다가,

마케팅, 브랜딩을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어플을 깔고,

첫째의 승인으로 가입했다. (초대장 가입이 아니다)

 

몇 개의 방에 들어가 보고, 

첫째에게 사용법에 대해 듣고, 연습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둥~)

뭔가 익숙한 느낌인데...이게 뭐지?? 하다 보니,

아하~

91년 대학교 1학년 때, 친구가 알려줘서 들어간 하이텔의 대화실인 것이다!

진화된 대화실! 

 

그 당시, 대화실의 단체 채팅방에서 채팅을 밤새 하느라

전화요금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어떤 달은 20만 원이 넘게 나오기도...

 

무엇보다, 부모님의 거래처, 지인, 친척분들이 항상 통화 중이라 전화고장 신고를 여러 번 하셨다.

결국 내 방에 따로 전화선을 놓았고, 마음껏 채팅하고, 전화하던 그 시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이들이 폭 빠질만하네~

나도 밤새 채팅하느라 해 뜨는 거 보고 잠든 적 많았다.

겨울 방학 내내 그랬고, 학년이 올라가 개학해도 그 영향을 받던 기억이 난다.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가 보면,

완전 말로 하는 하이텔 대화실이다. 똑같다!

1:1 개인 채팅, 비밀 채팅방 만드는 것,

아무 방이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 당시도 채팅방의 매너가 있었다는 것,

방 인원이 제한 있다는 것(그때는 100명이었나?? 가물가물하다. 클하는 5000명이라고)

방제목에 주제가 있어서 그거 보고 들어갔다는 것,

비밀방도 그 방에 있는 사람이 초대하면 들어갈 수 있는 것 등등

(완전 똑같다!! 추억 돋네~ )

 

다른 점은, 하이텔 가입자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던 반면,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은 사용이 안된다는 것.

                        (음... 하이텔이면 하이텔, 천리안이면 천리안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으니까, 같은 점인가?

안드로이드로 비슷한 어플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클럽하우스처럼 핫할 것인가?

흠........... 아닐 것 같다. 비슷한 어플을 사용한다는 것 차제가 핫한 것과 거리가 먼...)

전 세계 클럽하우스 회원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영어를 못해서 내겐 해당되지 않는다. 패스~)

회원이 초대, 혹은 승인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것.(즉 회원이 되면 무조건 내 지인이 있다는 것)

 

 

하여간, 익숙한(?) 경험이었다!

 

 

덧글 : 클럽하우스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보면,

        그들만의 사교클럽 같다, 소외감, 계급 뭐 그런 단어들이 보인다.

        하이텔에서 대화하던 것과 비교해보면, 당시에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 글로벌한 포노 사이엔스의 시대인 것과 맞물려,

        아이폰만 가능하고, 초대받은 사람만 회원이 된다 뭐 이런 것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결국 그 안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하이텔의 대화실이 그랬던 것처럼.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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