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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2 아버지께.

아버지.
잘 지내시지요? 얼마 전에도 꿈에서 뵈었어요~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제가 7살 때, 2단지 5층으로 이사했던 것 기억하시죠?

그 때 아버지랑 저는 5층으로 올라갔고, 현관문앞에 빨간 이불보따리가 몇 개 있었어요.

아버지는 엄마와 동생을 데려온다고 하시며, 저를 두고 가셨어요. (아버지는 열쇠가 없었어요.)
짐을 지키며, 낯선 현관문과 이불보따리 사이에 숨어서 아빠, 엄마, 동생을 기다렸지요.

겨울이라 어두운 창 밖을 보며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저는, 버림받았다고 결정했고, 그 후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되었습니다. 

 

갖고 싶은 게 있어도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 않았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침묵했어요.

또 다시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요.

 

아버지.

그 때 결정한 나는 버림받은 아이야. 나는 버림받아도 싸! 라는 것을 포기합니다.

저는 버림받은 아이로 결정한 것을 책임으로 가져갑니다.

그 때 이삿짐과 함께 저를 두고 가신 아버지를 용서합니다.

저는 버림받은 아이라고 결정지었던 저를 용서합니다.

저는 버림받은 아이로 결정짓고 살아온 것에 대하여 아버지께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사랑과 헌신으로 저를 키워주신 것에 대하여 아버지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또 고백할 게 있어요, 아버지.
버림받았다는 결정으로부터 저는 부족한 사람인 척 해 왔습니다.
진정하지 않은 존재로 살아오면서 저는 책임회피를 하고 자기합리화를 했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저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감, 자존감, 만족, 충만감, 자기표현, 타인에 대한 신뢰가 빠져있었습니다.

아버지.
이제 저는 새로운 저를 창조합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으로 키워주신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그립습니다!
아버지의 삶 또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께서 이것을 발견하고 가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Posted by vivaZze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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