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모르는 극심한 통증이 4년째 지속된다는 것
첫째에게 일어난 일이다.
통증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1년에 1~2회는 심하고 길게, 1~2주 짜리는 여러 번 온다.
4월 전후에 시작되는 통증은 꼬박 한 달 지속된다.
인간의 삶을 살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떤 진통제도 듣지 않는다.
온갖 병원에 다녀봤다.
종합병원에서는, 심지어 암센타와 협진까지 했지만 원인도 통증을 멈추게 하는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최근에 시작된 통증에 동네병원에서는 응급실을 권했다.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응급실 상황은, 알다시피 의료대란으로 검사를 받는 것조차 불투명.
네 시간에서 열 시간 이상 기다려도 CT찍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단다.
거의 먹지를 못해 기력이 없는 첫째가, 그 시간을 응급실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는 시간만 해도 한 시간이 넘는데...
이십 대 파릇파릇한 첫째에게 일어난 통증은, 삶의 질을 바닥으로 내팽겨쳐버렸다.
기운이 없어서 통증에 우는 소리도 개미소리만하다.
4년째 반복되는 이 상황에 마음이 아프다.
내게 그 통증이 오면 좋겠다.
최근 손등와 팔뚝에 오백원 동전만한 아토피 도돌이와 진물이 생겼는데,
나는 솔직히 기분이 꽤 괜찮았다.
내 아이들이 어린시절부터 겪던 그 증상을 아주 작은 부위나마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허나,
지금,
첫째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세 아이를 낳을 때, 산통에 소리조차 내지 않던 나다.
첫째 때는, 4박5일동안 진통을 했고, 그냥 다 참았다.
무통분만 권유를 받았지만, 그냥 통증을 다 겪어냈다.
그러니, 지금 첫째의 통증은 내게 와도 괜찮다.
나는, 다 받아낼 수 있다.
저 아이에게서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나는 괜찮다.
부디, 이번 통증은 한달보다 짧기를.
부디, 내일은 조금 덜해지기를.
부디, 진통제가 작동하기를.
부디, 네가 편히 잠을 잘 수 있기를...
부디, 네가 음식을 먹을 수 있기를...
부디, 네가 잘 버텨주기를...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