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Zzeany 2024. 12. 24. 18:33

둘째야, 미안해.
네 기숙사 짐 싸러 가면서, 그리고 짐 가지고 오면서, 네 욕 많이 했어.

귀 많이 간지러웠을거야.

미안해...

 

 

엄마가 참으려고 했는데, 참아지지 않았어.

화 내서 미안해.

 

 

기숙사에 들어가서, 펼쳐진 네 짐들...

할머니와 너와 엄마가 부지런히 짐을 싸기 시작했지.

옷은 왜 그리 많은지...

잔짐은 어쩜 그리 많은지...

1년반 기숙사생활의 짐이라고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작업이 남아있다는 너를 두고, 

차가 밀리는 길을 할머니와 둘이 오면서,

그닥 말을 많이 하지 않았어.

엄마도 할머니도 힘들었거든. 밥도 못 먹고 부랴부랴 갔거든.

 

 

집에 겨우 도착해서, 짐 내리기 전에 허겁지겁 밥부터 먹었단다.

리어카를 가져가서 할머니와 짐을 나르기 시작했지.

차에서 끝도 없이 나오더구나.

 

 

옷가방 하나는, 할머니와 엄마가 들려도 해도 들지 못해서, 현관앞 리어카안에 그냥 있단다.

네가 와서 어떻게 해보렴.

 

 

둘째야.

짐을 옮겨서일까?

지금 엄마는 목도 돌아가지 않고, 한쪽 승모근이 너무 아프구나.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시리다.

할머니는 짐을 내리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가셨단다.

 

 

둘째야.

앞으로 네 이사는, 네가 알아서 하렴.

엄마는 이제,

여기까진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