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령.
계.엄.령.
포스터만 봐도 속이 뒤집어져서 서울의 봄을 보지 않았다.
세상 무심하게 살아온 나는,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랐다.
최루탄과 화염병 사진 가득한 신문을 봐도 무심했었다.
광주에 대해 제대로 본 것은, 첫 아이 돌 지나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무작정 떠난 전국일주여행에서였다.
광주에 도착했을 때, 남편은 518묘역에 갔다.
그 곳에서 사진을 처음으로 봤다.
일주일 남짓의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본 사진자료들.
아......!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영화 택시운전사를 본 것도 개봉 후 몇 년이 지나서였다.
바로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해서였다.
행동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갖지 않고 살아온 것이 미안했다.
책 <소년이 온다>를 읽은 것은 우연이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직후, 막둥이가 학교에서 빌렸고, 다 읽었다면서 엄마도 보려면 보라고 책상위에 툭 두고 갔다.
망설였었다. 책을 읽을까 말까. 단숨에 읽었고, 먹먹했다. 고맙고, 고맙고, 고마웠다.
이 땅에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없기를, 총뿌리를 겨누는 일이 없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총을 든 계엄군이 가득찬 라이브영상을 보고야 말았구나.
귀하고 귀한 젊은이들을 저렇게 만들었구나.
책 <한국의 탄생> 저자인 홍대선작가의 인터뷰들을 보면, 한민족은 위기 속에서 강인하다고 한다.
척박한 지정학적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인해져야 했던 대한민국의 사람들.
이 땅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켜낸 나라인가!
그 나라가, 나의 나라가 방향을 잃고 있을 때, 무기력했던 나를 본다.
먹고 살기 바빠서, 대처할 것이 많아서, 생존 문제라는 이유로 저 편으로 밀어둔 나를 본다.
소년은 그렇게 목숨을 바쳐서 지켜냈는데, 나는 저---- 편으로 밀어두었다.
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지난 밤 국회로 갔던 모든 사람들의 용기와 무사함에 감사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