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배낭여행가는 첫째를 배웅하며
28년 전, 혼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두 달간의 긴 여정이었다.
2년전 연말에는 둘째가 2주간의 나홀로 독일여행을 다녀왔다.
오늘은, 첫째가 혼자 호주로 떠났다.
첫째는 원인모를 통증으로 2년 이상 고생하는 중이다. 무엇을 하다가도, 통증 시작되면 한 달이상을 진통제 수백알을 먹으며 버텨야 했다. 1년에 몇 차례 일어난다. 동네병원, 서울 전문병원을 돌아다녀도 알 수 없는 병.
대학병원도 다닌 지 1년이지만, 뚜렷한 원인도 치료도 못 찾는단다. 진료과목도 두 군데 협력해서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알바도, 하려던 공부도 모두 포기하며 낙담하며 지내던 첫째는, 몇 년 동안 알바로 모은 돈으로 오늘 혼자 여행을 떠났다.
통증이 시작될까봐 염려하며 진통제도 한 웅큼 가져갔다.
부디 무사히 잘 다녀오기를!
활짝 웃으며 가는 녀석을 보며, 약간의 미묘함을 느낀다. 예전의 나였다면, 여행에 대해 참견했을 것이다. 무엇을 챙겼는지, 챙기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걱정하고.
출발 시간보다 5분이상 지체된 것에 대해서도 안절부절 했을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저 묵묵히 기다리기.
홀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도움 요청하면 그 때 함께 고민해하기.
수많은 시행착오와 아이들과의 혼돈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얻은 것이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기.
요즘 젊은 엄마들 보면, 그 기다리기를 잘 하고 있어서 놀랄 때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학습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건강이나 생활습관에 관한 잔소리는 꽤 많이 했었다.
돌아보면, 안 해도 괜찮았을 것들이다. 그저, 보여주고, 묵묵히 기다려주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영리하다.
기다리면,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안다.
어른이 조급함에 아이를 몰아부칠 뿐이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아이를 관찰하는 것! 내가 호~옥시라도 아기를 다시 키운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여유, 기다림, 관찰.
그리고 관찰하는 것을 알려주기.
멋진 경험을 하고 무사히 돌아오렴!